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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해외이야기

프랑스 현재 취재(3)-르노가 그리는 자동차의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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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7/25 - [자동차/해외이야기] - 프랑스 현지 취재(2)-르노가 120년을 이어올 수 있었던 이유

2018/07/18 - [자동차/해외이야기] - 프랑스 현지 취재(1)- 르노 그리고 클리오



로렌스 반덴애커(Laurens Van Den Acker) 르노그룹 디자인 총괄 부회장의 발표 전 한가지를 짚고 넘어가자. 르노가 공식 출범하며 국내 자동차 시장에 클리오를 선보였을 때, 부정적인 여론도 있었다.

부정적인 여론의 큰 줄기는 국내 시장에 선보인 4세대 클리오가 이른바 '재고떨이'라는 설이다. 글로벌 자동차 기업들이 풀체인지를 앞두고 팔리지 않는 구형 모델을 특정국가에 '떨이'가격에 출시한다. 박리다매식으로 창고에 쌓인 재고를 털어낸다는 뜻인데, 클리오가 유럽보다 1000만원 정도 싼 가격에 출시하며, 이런 여론에 불을 지폈다.

르노 측에서도 이러한 여론을 알고 있었기 때문인지 르노그룹 소형차 개발 본부장 올리비에 브로세(Olivier Brosse)과의 만남도 주선했다. 여지없이 이러한 우려에 대한 질문이 있었고 그에 대한 답변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았다. 

"클리오는 르노의 베스트셀링카이자 철학을 잘 담은 핵심적인 모델이다. 그렇기 때문에 르노 브랜드 출시와 함께 첫번째로 선보인 것이며.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차세대 클리오는 현재 개발 진행 중이며, 2019년 후반기 유럽시장에 선보일 것으로 기대한다." 

르노 브랜드에서, 또한 유럽 소형차 시장에서 가장 인기가 좋은 모델이 클리오임을 감안한다면, 신차가 유럽지역에 2019년 말에 출시되더라도 국내에 선보이는 것은 2020년 초쯤일 것이라는 뉘앙스. 때문에 신차 출시가 1년이상 남은 상황에서(브랜드 런칭 당시로 따지자면 2년 전인만큼) 재고떨이라는 설은 낭설에 불과하다는 이야기다.

다시 본론으로 넘어와서 로렌스 반덴애커 부회장은 르노 테크노 센터에 대한 간략한 소개와 함께 르노의 디자인 전략과 미래의 컨셉카에 대한 발표를 진행했다.

르노테크노센터의 전경


그의 발표에 따르면, 자동차 회사의 디자인 전략은 크게 3가지로 구분된다.

첫번째는 자동차 중심, 두번째는 인간 중심, 세번째는 환경 중심이다. 첫번째 자동차 중심의 경우, 자동차의 성능과 퍼포먼스가 중심이 된 디자인인데, 독일 자동차 메이커가 대체로 이에 해당한다. 두번째는 환경 중심으로 아시아 메이커들이 이에 해당한다.

세번째는 인간 중심이다. 르노가 추구하는 디자인 전략이며, 인생의 가치와 제품의 가치를 연결시키는 것이 이 디자인 전략의 핵심이다.


그의 프레젠테이션에 따르면 6가지로 차량을 분류해 놓았는데, 이는 인생주기, 즉 인생사이클과도 일맥상통한다. 

사람이 누군가를 만나 1)사랑을 빠지고, 2)세상을 탐험하고, 3)가정을 꾸리고, 4)일도 하고, 5)놀기도 하고, 6)지혜도 얻는다. 이러한 6가지 인생 사이클에 맞춰 이미 개발된 르노의 차들을 분류한 것을 보니 재밌었다. 또한, 이러한 6가지의 인생사이클에 대해 각각 1개씩 컨셉카를 제작했는데, 예컨대 현 클리오의 컨셉카 드지르(DeZir)가 제일 첫번째 컨셉카이었다.


이전에 소개한 '프랜치 디자인'을 통해 밝은 색 사용하여, 인생을 컬러풀하게 표현했다. 이러한 컨셉카를 약속으로 끝내는 게 아니라 실제 양산차로 만들어냈는데, 이를 통해 르노차량이 컬러풀하고 센슈얼한 느낌을준다는 것을 알 수 있다.

Passion for LIFE의 모토에 따라 디자인하고 양산하는 선순환 구조로 지금의 르노 차량들은 좋은 디자인으로 업계와 고객 모두에게 좋은 평가를 받았다는 것이 그의 주장.


하지만 인생은 계속되기 때문에, 인생주기에 그치지 않고 새로운 디자인 컨셉카 또한 선보였다. 

먼저 2016년 파리 모터쇼에 선보인 트레조르. 특히 청혼을 할 때 반지케이스에 영감을 받아 모티브로 했다. 그의 설명과 함께 컨셉카보니, 실제 반지케이스가 열리는 장면이 연상이 되어 신기했다.


상하이 F1 그랑프리에서 첫선을 보이며, 르노의 스포츠 비전을 보여준 RS2027도 있다.


그리고 여기서 부터 흥미로웠던 컨셉카 소개가 이어진다.개인적으로 로렌스 반덴애커가 그리는 모빌리티(자동차)의 미래를 본 것 같은 기분인데 그 첫번째가 심비오스다.

퍼스널 모빌리티 기능에 집중한 이 프로젝트는 자동차가 우리의 삶 전반을 차지하고 있음을 가장 핵심으로 인식했다. 그래서 우리 인생의 큰 부분을 담당하는 자동차를 어떻게 더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을지 생각해서 개발된 모델이다. 


르노가 그린 미래의 자동차-심비오스는 기동성을 갖춘 모빌리티지만, 집의 연장으로 집과 모든 데이터,에너지,공간을 공유하는 존재다.  직접 운전할 수 있지만, 자동 주행도 가능하다.전기차니까 집 내부에 주차할 수 있고, 집의 연장이라 생각했다. 때문에 차와 어울리는 집까지 디자인을 하기도. 

생각해보면, 집에서 할 수 있는 일과 차에서 할 수 있는 일이 겹치는 것들이 많다. 음악도 듣고, 가족이나 지인과 얘기 나누고, 일탈이나 자유 시간,을 가지는 등 모빌리티가 또 하나의 거주 공간이 될 수 있다. 물론 필요 없을 경우 지붕에 주차할 수 있는데, 이럴 경우 단순히 주차된 차가 아니라, 확장된 거주공간으로 생각하면 된다.  

심비오스 프로젝트를 통해, 모빌리티가 사람의 인생에 있어 큰 부분 차지하고 있고, 또 어떻게 활용할 수 있는가 보여줄 수 있었다고 한다.

이해를 돕기 위해 1분짜리 간단한 클립을 감상해보자.


심비오스가 이동성을 가진 모빌리티와 움직이지 않는 부동산-집과의 조화를 생각했다면, 모빌리티의 '이동성','탈 것'에 보다 집중해 생각해낸 프로젝트도 있다. 

자동차를 하나의 서비스를 보고, 1km당 얼마의 요금 혹은 1시간당 얼마의 요금으로 빌리는 이동수단으로 해석한 것이다. 최근 불고 있는 공유경제, 공유자동차와 일맥상통하는 컨셉트 카다. 놀라운 것은 르노는 이미 수 년전 이러한 미래를 그려보고 준비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EZ-GO라 명명된 이 컨셉트카는 4인승~6인승으로 구상되었다. 또한 건축물인지 자동차인지 따로 구분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도시 속에 잘 녹아들도록 했다. 핵심은 자율주행, 전기차, 그리고 커넥티드. 욕의 옐로캡이나 런던의 블랙캡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해서 도심의 비지니스카와 같이 활용해야 하기 때문에 아이코닉하게 꾸몄다.  


디자인 팀에서는 굉장히 새로운 도전 과제였다고 한다. 애초 자동차의 개념과 완전히 달랐기 때문이다. 예컨대 따로 운전자도 없기 때문에 운전석이나 엑셀레이터 브레이크 페달 같은 것도 필요가 없다.  전반적으로 EZ-GO는 기존 자동차의 스케치로부터 시작하지 않고, 완전히 백지 상태에서 새롭게 그림을 그린 셈이라고 보면 된다. 


기존 자동차에서 시작이 아니라 완전히 새로운 개념으로 접근하여 기능성과 실용성을 잘 살린 예로, 도어를 들 수 있다. EZ-GO는  1도어로 활용성을 높였다고 하는데, 이유는 기존 자동차처럼 옆에 문을 만들 경우 도로 위에서 타고 내릴 때 위험한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방식을 통해 또한 짐을 들고 서서 탑승할 수 있다는 장점 또한 있다.


EZ-GO는 장거리 이동 뿐 아니라, 15분 이하의 단거리 이동에도 쓸 수 있기에 좌석 또한 U형태로 새롭게 디자인되었다. 누구나 앉고 싶은 곳에 편하게 앉을 수 있을 뿐 아니라,  휠체어 또한 따로 접을 필요 없이 그대로 차에 진입하면 된다. 


EZ-GO 역시 동영상을 통해 상상력에 부스터를 달아보자.  


반덴애커 디자인 총괄 부회장의 발표를 보면서 좀 부럽다는 생각을 했다. 미래에 대한 큰 그림을 그리고 자동차-모빌리티를 재해석하고 컨셉트 모델을 생산하는 그들의 방식에 비해, 우리는 아직까지 당장의 시장만 바라보고 순전히 디자인적인 컨셉트카를 내놓는데 그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