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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국내이야기

현대차 MDPS 공장을 둘러보고 느낀 점들

어제 현대자동차의 초청으로 현대모비스 MDPS 생산공장 다녀왔다.

MDPS는 Motor Driven Power Steering의 약자인데, 전기모터가 운전자가 스티어링휠(핸들)을 돌릴 때, 어시스트를 해주어, 적은 힘으로도 조향을 가능하게 해준다.

만약 이러한 어시스트 장치가 없다면, 엄청난 무게의 차량을 지탱하고 있는 자동차의 바퀴이므로 성인남자라도 핸들을 손쉽게 조작하는 것은 쉽지 않다. 때문에 현재 도로 위의 많은 차들이 유압식 파워 스티어링이 장착되어 있고, 최근 들어 연비 절감, 미래 첨단 기술과의 결합 가능성 등의 MDPS가 각광을 받고 있다.현대자동차 이해와 소통이라는 타이틀 아래 초청을 받은 이번 행사의 목적은 분명해 보였다. 인터넷상에 퍼지고 있는 현대 MDPS와 관련한 소문들, 핸들링에서 이질감이 느껴진다거나, 핸들이 잠겨서 사고가 났다거나 하는 문제들을 불식시키고 싶어 했다.

 

개인적으로 현대 자동차를 테스트 주행했을 때, 핸들 잠김 문제를 겪은 적은 없었고, 2011년형 소나타를 처음 시승했을 때 마치 오락기 같은 핸들링 이질감 문제를 지적한 적이 있다. <2011년형 소나타를 타본 솔직담백한 소감>

프로그램은 MDPS 기술에 대한 개괄적인 소개와 함께, 생산공장 견학, 테스트 드라이빙, Q/A로 이뤄졌는데, 이질감 문제에 대한 의문은 해결할 수 없었지만, 핸들 잠김에 대한 현상은 답을 얻을 수 있었다. 또한 개인적으로 자동차 기술에 대한 좋은 공부를 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테스트 드라이빙은 폭스바겐 파사트CC와 아반테 MD를 비교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파사트CC는  R타입 MDPS가, 아반떼는 C타입 MDPS가 장착되어 있었는데, 이번 테스트를 통해 두 타입간 차이를 얘기하긴 무리가 있다.

두 차종 모두 MDPS 장치를 강제로 OFF한 상태로 운전을 하면서 MDPS가 꺼진 상태에서도 조향이 가능함을 확인할 수 있었는데, 아반떼는 MDPS OFF상태에서도 어지간히 운동을 하지 않는 30대 성인남자 기준으로도 어렵지 않게 핸들을 돌릴 수 있었다. 파사트CC의 경우는 당황할 정도로 무게감이 느껴졌는데, 이는 단순히 타입의 차이라기 보다도 차량무게의 차이, 타이어의 차이 등 다양한 영향이 있을 것이다.(때문에 이를 근거로 C타입이 우수하다 라고 말하긴 힘들다.)

 

테스트 주행을 통해 내릴 수 있는 결론은 “현대차의 MDPS가 fail상태로 들어간다고 해도 항간의 소문대로 핸들이 완전히 잠겨버리는 경우는 없다. 모터가 어시스트해주지 않는 논파워 상태에서도 조향은 충분히 가능하며, 이는 다른 브랜드의 MDPS의 fail상태에 비해 특별히 무거운 수준은 아니다”라는 정도겠다.문득 시동이 꺼져도 핸들 잠김에는 이상이 없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시동이 꺼지더라도 위와 같은 상태로 조향 가능하다는 것이 현대 측의 답변이었다.

테스트 드라이빙 이후의 Q/A시간은 가장 인상 깊었다. 사실 이러한 견학 프로그램을 할 수 있는 나라는 많지 않다. 특히 연구원에서부터 공장생산 담당자까지, 즉 제품의 설계에서부터 생산에 이르기까지 모든 관련 담당자들을 한자리에 만날 수 있다는 자체가 쉽지 않다.

보통 한 영역에 대한 담당자 정도가 마케팅/홍보 담당과 나와서 답변하기 마련이고, 때문에 담당자 외의 분야에 대해서는 구체적이고 자세하고 솔직한 답변보다는 한정되어지고 뭉뚱그려진 애매한 ‘그럴 것이다’식의 답변을 듣기가 일쑤다.  이런 면에서 이번 행사는 반가웠고, ‘현대’니까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라 생각한다.

 

굉장히 많은 질문들이 이뤄졌는데, 가장 인상적인 질의응답은 다음과 같았다.

“조향, 핸들링 부분에 있어서는 독일차, 특히 BMW와 폭스바겐이 두각을 보이고 있고, 이를 벤치마킹하여 따라 잡기 위해 정말 많이 노력하고 있다. 또한 과거에 비해 격차도 상당히 줄어들었다고 생각한다. 내부적으로도 이들을 목표로 최선을 다하고 있으며, 조만간 내보일 신차(코드명을 밝혔는데, 못들음)에서는 이들만큼 좋은 핸들링을 맛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벤치마킹할 차종들의 핸들링 계측 값은 모두 가지고 있고, 현지 소비자 테스트/경쟁차종 테스트 등을 통해 보완 되어져 출시된다. 미국이나 유럽의 경우 큰 불만이 없는데, 우리나라에서는 유난히 불만이 많다. 사실 소비자마다 개개인의 취향이 다르고 이러한 세팅값을 맞추기 위해 담당자들도 고민이 많다. 향후 미래에는 MDPS기술을 보다 적극적으로 활용하게 되면 스마트폰의 SIM칩처럼 운전자의 고유한 정보가 입력된 장치를 가지고 다니면 개개인이 선호하는 핸들링에 대한 세부적인 세팅이 가능하고, 저장되어져서 어떤 차를 타더라도 원하는 핸들링감을 얻을 수 있으리라 본다.”

 

개인적으로는 경쟁사들에 비해 현대 MDPS기술의 위치가 어느 정도인지, 또 기술 격차가 있다면주요한 요인이 무엇인지 질문했는데 답변은 다음과 같았다.

“MDPS기술 개발 자체가 오래되지 않았을 뿐더러, 현대모비스는 2005년 기술합작을 시작으로 지금에 이르렀다. 2010년 독자개발을 시작할 즈음에는 자체 조사 결과 기술합작을 했던 외국회사보다 품질은 나았던 것으로 나왔다. 현재는 경쟁 개발업체와 큰 수준 차는 없다고 생각한다. 전시회 등에서 만나보면 다들 비슷한 고민을 한다. 최근에는 MDPS와 다른 자동차 기술과의 결합, 예컨대 차선이탈방지, 자동주차기능, 차체제어장치와 결합한 능동적 조향에 이르기까지 통합 제어가 이뤄지고 있는데, 특정 부분에서는 보다 나은 기술력을 확보한 것으로 판단된다.”


MDPS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자니 벤치마킹 대상, 예컨대 BMW의 세팅값을 계측하여 현대차에도 그대로 적용할 수 있다는 얘기이기도 하다. 다만 핸들링의 감성품질은 단순히 MDPS 기술력, 세팅값 뿐만 아니라 차체,서스펜션 세팅 등 차량의 종합적인 밸런싱, 조화가 잘 이뤄지고 있느냐에 의해 결정된다는 것이 공통된 의견이었다.

Q/A시간에 느낀 것은 내가 만약 외국의 경쟁사 직원이라면 ‘현대’의 이런 모습들- 오너가 목표를 정하면, 전사적으로 ‘으쌰으쌰’해서 해내고야 마는 문화-는 두려울 것 같다는 점이다.
반대로 이는 성장의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모방과 벤치마킹,’하면 된다’식의 기업문화 등을 통해 선두에 무섭게 따라붙긴 하겠지만, 일정 수준에 이르면 시장을 선도하는 건 역시 창조와 혁신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미래까지의 일은 지금 단언하긴 섣부르다. 어쨌건 현재에 내가 본 건 '현대'는 뚜렷한 목표가 있고, 목표를 향해 무섭게 달려가고 있다는 사실이니까.